Anti-leucine-rich-glioma-inactivated 1 (항LGI1)뇌염은 기억력 저하, 안면상완근긴장발작(faciobrachial dystonic seizure), 정신신경계 증상 등을 동반하는 드문 자가 면역 질환이다[1]. 그러나 질환 초기에는 치매나 정신질환과 유사한 임상 양상으로 인하여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2]. 본 증례에서는 알코올 남용 병력을 바탕으로 초기에 베르니케-코르사코프증후군으로 진단되었던 항LGI1뇌염 환자를 소개한다.
증 례
52세 남자가 2개월 전부터 발생한 방향 감각 상실 및 기억력 저하를 주소로 본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하루 2병의 소주를 3년간 복용한 알코올 남용력이 있었으며 기저 질환이나 가족력은 없었다. 초기 내원 시 알코올 병력과 임상 증상(혼란, 기억력 저하, 공격적 행동)을 근거로 베르니케-코르사코프증후군으로 진단되어 티아민 정맥 주사 치료를 시작하였으나 임상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입원 2일째 안면과 팔의 근긴장이상발작이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신경과에 협진 의뢰되었다. 이후 로라제팜(lorazepam) 정맥 주사로 발작이 멈추었고 30분 후 의식은 회복되었다.
발작 후 회복된 상태에서 시행한 신경계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시간 및 장소에 대한 지남력이 저하되어 있었고 장기 및 단기 기억 모두 장애가 있었다. 운동 및 감각 기능은 정상이었으며 경부 강직이나 바뱅스키징후를 비롯한 병적 반사도 관찰되지 않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당시 시행한 초기 혈액 검사상 저나트륨혈증(132.0 mmol/L; 정상 범위, 136-145)이 확인되었다. 신경과에 협진 의뢰된 이후 시행된 검사에서 감염 관련 수치, 갑상샘 기능, 혈관염 관련 자가 면역 질환 항체, 종양 관련 항체 등은 모두 정상이었으며 흉부 및 복부 computed tomography에서 종양은 관찰되지 않았다. 뇌척수액 분석 결과 백혈구 수 3/µL (정상 범위, 0-8), 포도당 69 mg/dL (혈청 포도당, 176 mg/dL), 단백질 83.9 mg/dL (정상 범위, 15-45)로 경미한 단백 증가 외에는 특이 소견이 없었다. 혈액, 소변, 객담, 뇌척수액에서 병원균은 배양되지 않았다.
신경과 협진 이후 시행한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는 양측 내측 측두엽에서 T2강조액체감쇄역전회복영상에서 고신호강도 병변이 확인되었고 가돌리늄(gadolinium) 조영증강 T1강조영상에서는 우측에 국소적 조영증강이 관찰되었다(Fig.). 뇌파 검사에서는 중간 진폭의 8-9 Hz 파형이 양측에서 대칭적으로 관찰되었고 경련파는 보이지 않았다. 이에 자가면역뇌염을 의심하여 발프로산(500 mg/day)과 정맥 스테로이드(methylprednisolone 1 g/day, 5 days)를 투여하였다.
10일 후 자가면역뇌염 패널 검사에서 혈청 및 뇌척수액에서 모두 항LGI1항체 양성이 확인되어 항LGI1뇌염으로 최종 진단되었다. 환자는 인지기능이 약간 호전된 상태에서 퇴원하였고 이후 2회 외래를 방문하였으나 가족의 요청으로 상급 병원으로 전원되었다.
고 찰
뇌염은 다양한 원인으로 초래될 수 있는 중증의 뇌염증 질환으로 감별하여야 할 다양한 질환들이 존재한다[2,3]. 지난 10여년간 급성 뇌염의 새로운 원인으로 자가면역뇌염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신경세포 표면 또는 시냅스 단백질에 대한 자가 항체에 의하여 유발된다[3]. 이 질환은 발열과 같은 감염의 징후나 뇌척수액 검사상 이상 없이 신경계 또는 정신계 증상으로 시작될 수 있다[3].
본 증례의 환자는 초기에 기억력 저하, 방향 감각 상실, 알코올 남용 이력을 근거로 베르니케-코르사코프증후군으로 진단되었으나 아급성의 기억장애(2개월), MRI상 양측 내측 측두엽 병변, 이후 발생한 특이 발작(faciobrachial dystonic seizure) 등은 자가면역뇌염의 가능성을 시사하였다[3].
항LGI1뇌염은 항 N-methyl-D aspartate뇌염 다음으로 흔하며 연간 발생률은 백만 명당 0.83명으로 보고되었다[4,5]. 기억력, 행동, 공간지각장애 등의 신경계 증상이 아급성으로 나타나는 것이 이 질환의 특징이다[4]. 질병 초기 단계에서 항LGI1뇌염은 조현병, 조울증의 조증 삽화, 치매 등의 질환과 임상적으로 유사하여 이들로 오인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면역 치료가 지연되기도 한다[2,6,7].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질환의 발병률[5]에 비해 독성/대사뇌병증, 기능적 신경계 질환, 주요 정신질환, 신경퇴행질환, 신생물 및 경련과 같은 다양한 질환들과 비슷한 초기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8].
이와 반대로 베르니케-코르사코프증후군이 자가면역뇌염으로 초기에 진단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9]. 이 사례에서 환자는 본 증례와 같이 기억 상실과 양측 측두엽이 침범된 뇌MRI 소견을 보였으나 최종 진단은 다르게 내려졌다. 본 증례와 같이 알코올 남용 병력과 기억력 저하, 행동 변화 등이 함께 있는 경우 베르니케-코르사코프증후군으로 진단된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항LGI1뇌염에서 특징적인 faciobrachial dystonic seizure는 전체 환자의 약 50%에서 관찰되며 저나트륨혈증은 약 60%에서 나타난다는 점[10]이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특징을 유념하여 유사한 임상 양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항LGI1뇌염을 반드시 감별 진단에 포함시켜야 한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자가면역뇌염은 조기 면역 치료 시 예후가 양호하며 그중에서도 항LGI1뇌염은 치료 반응이 빠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5]. 한편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항LGI1뇌염 환자에서 초기 정신 증상이 발현되면 진단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으며 면역 치료의 시작 시점이 늦어져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2].
본 증례의 한계로는 환자의 자의적 치료 중단과 타 병원 전원으로 인한 추적 관찰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장기 예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있다.
자가면역뇌염, 특히 항LGI1뇌염 환자는 다양한 정신과적 증상과 기억장애를 보일 수 있다. 또한 병력과 증상이 유사한 다른 감별 진단들이 많다는 점으로 인해 진단이 지연될 수 있다. 그러나 항LGI1뇌염의 조기 발견, 정확한 진단 및 신속한 치료와 관련된 양호한 예후를 고려할 때 정신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감별 진단에 자가면역뇌염을 포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러한 초기 증상으로 환자가 내원할 시 뇌영상 및 자가항체 검사를 포함한 포괄적 평가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