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Korean Neurol Assoc > Volume 41(3); 2023 > Article
중립적 의료감정이란 무엇인가?

Abstract

An independent medical examination (IME) is a medical evaluation performed by a medical professional on a patient who was not previously involved in the treatment of that patient, to evaluate the patient’s course of prior treatment and current condition. IMEs are conducted by doctors, psychologists, and other licensed healthcare professionals in essentially all medical disciplines, depending on the purpose of the exam and the claimed injuries. Such examinations are generally conducted in the context of a legal or administrative proceeding, at the request of the party opposing the patient’s request for benefits. Conducting an independent medical examination does not establish a typical doctor-patient relationship as exists when a clinician treats a patient. Thus, a “limited doctor-patient relationship” exists when conducting independent medical examinations.

서 론

의료감정은 특히 의료분쟁 해결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1]. 그러나 현실적으로 검찰 시보 등의 의료감정 업무에 대한 교육이나 실습의 기회는 거의 없다. 또한 장애평가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나 이 또한 특별한 몇 개 과목 외에는 교육이나 실습의 기회는 공식적으로 없다[2]. 보통 치료를 잘하는 의사가 감정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이는 일부 착각을 동반하기도 한다. 의료감정은 의학적 상식의 업무가 아니고 의사의 전문적인 지식과 충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현실과 사회 정의에 대한 신념이 뚜렷해야 잘 수행할 수 있다[1,2]. 의료감정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다. 첫째, 질문의 핵심을 파악한다. 둘째, 핵심 사항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다. 셋째, 자료의 질을 평가하고 분류한다. 넷째, 질문과 자료를 비교 분석한다. 다섯째, 감정의 기본 줄거리를 구상한다. 여섯째, 결론을 도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답변서를 작성한다. 따라서 의료감정 업무를 clarification of purpose, complete preparation, content, communication, 즉 4C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답변서는 읽을 수 있고(readable), 이해할 수 있으며(legible), 질문 취지에 맞는 내용(answer the question)이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문장은 단문으로, 긍정적이며,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감정서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responsive, readable, relevant, reasonable, 즉 4R로 요약해 볼 수 있다[2]. 의료감정은 책에 있는 원칙이 아니라 현재 임상 의료 수준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 의료감정은 의학보다는 의학을 가르쳐 주는 사업이라 표현할 수 있으며, 지나치게 엄격한 평가는 고위험 환자를 회피하거나 불필요한 방어 진료를 통한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 제도를 만들게 된다. 의료감정을 하는 의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확고한 신념에 따라 올바른 의료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판단하고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2-4]. 우리나라에서는 장애(障碍)라는 용어만 사용해 왔으나 일본어와 일본 법조계 서식들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장해(障害)란 용어가 그대로 들어와서 각종 서식에 쓰이게 되어 법률적 용어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2,5]. 그래서 본 논문에서는 장애평가를 일부 포함하여 본문의 순서대로 총괄적인 요약을 시도하면서, 일상생활이나 의학에서 흔히 쓰이는 장애라는 용어를 이용하여 정리한다.

본 론

1. 배경 및 요약

감정과 감정인의 정의에서 감정(鑑定)은 사물의 특성이나 참과 거짓, 좋고 나쁨을 분별하여 판정하는 것 또는 법률 재판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재판에 관련된 특정한 사항들에 대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의견과 지식을 보고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특히 의료과실 소송에서 환자 측은 의료감정(진료기록감정, 신체감정), 증인 심문, 당사자 심문, 서증, 사실 조회, 검증 등의 절차를 통하여 의사 측의 주의 의무 위반 사실 등을 입증해 왔으며, 민사소송법에서는 증거 방법의 일종으로 감정 제도를 두고 있어 의료감정이 증거 수집의 한 절차적 방법이기도 하다. 1,6,7 감정 제도의 경우 소송을 보완해 주는 소극적 측면과 함께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적극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업무 내용들로 구분하면 건축감정, 의료감정, 인영감정, 필적감정 등이 있다. 법률 재판에서 의료감정이라면 주로 재판에 관련된 일이 대부분이고 또 재판으로 진화할 일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재판에 관련된 일이 아닌 것도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이나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감정을 하려면 선서를 하여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선서를 하지 않아도 감정을 할 수 있다. 감정의 촉탁이라는 규정에 따르면 법원은 학교나 병원 등의 기관에 감정을 촉탁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선서에 관한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용어로 의료자문이 있는데, 진행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구속력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 의료감정은 주로 법정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그 결과에 대한 구속력도 의료자문보다는 높다. 의료자문도 광의로 보면 의료감정이라 할 수 있으나 보험사에서 의료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의료자문과 법원에서 진행하는 의료감정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감정은 종국적인 결론은 아니지만 종국적인 결론을 위한 가장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어 공정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감정은 부탁하여 맡기는 일반적인 행위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한 법원의 명령으로 이와 관련되어 있는 형식에 따라 서식으로 구분한다면 감정서, 사실 조회 회보서, 의견서, 질의에 대한 답변서 등이 있으나 따로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고 의견서라 쓰면서 활용 면에서 달리 취급되고 있지는 않다. 일본어 사전인 고지엔(廣辭苑)에서는 감정을 “법원이 지시한 사항에 대해서 법관의 지식이나 경험을 보충하기 위하여 학식과 경험이 있는 제삼자가 그 판단을 진술하거나 보고하는 것”이라 하였고, 일본 법의학의 시조라 일컬어지는 가타야마구니카(片山國嘉)에서는 “검사해야 할 물건에 대해서 법관에게 생긴 의문에 대한 답으로써, 그 기초는 실제로 검사한 기록과 재판조서의 두 가지가 있고 감정은 모두 사실에 근거하여 구성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감정과 사실은 반드시 일치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진단서나 검안서도 넓은 의미로는 감정서의 일종이라고 하였다.
대부분 의학을 생각하면 그 시작은 치료의학을 떠올린다. 이를 1차 의학이라 하며, 질병 치료가 주된 목표이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에 따라서 질병 예방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기서 예방의학이 시작되었는데, 이를 2차 의학이라 할 수 있다. 의사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진단과 치료에서 환자에 대한 교육 과정이 필요하게 되었고, 제1, 2차 세계 대전을 경험하면서 생명을 구하였으나 생존과 함께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되는 환자가 많아졌다. 따라서 3차 의학의 개념인 재활의학의 역할에 생명의 연장과 삶의 질이란 개념이 중요시되었다. 또한 자신의 손해에 대한 적극적인 배상 또는 보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손상에 대하여 이를 손해의 정도로 수량화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의사들의 역할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능을 의료감정의 기능으로 정의해 볼 수 있으며 서양에서는 independent or impartial medical examination이라 표현한다. 미국에서는 의료감정전문의 또는 장애평가전문의를 independent or impartial medical examiner라고 부른다[8]. 이들은 피해자 측과도 그 상대방 측과도 무관하며 이해득실에 관계가 없고 장애평가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의사이다. 그리고 의료감정서는 검사자의 의학적 평가 소견을 의학 지식에 국한하여 수검자의 장애 정도를 가능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기술한 서류를 뜻한다. 이 감정서에는 수검자의 장애가 의학적으로 얼마나 중증인지, 적절한 치료 계획은 어떠한지, 의학적 장애 정도를 어떠한 기준에서 평가하였는지 등이 기술된다. 피해자 측의 상대인 보험사, 가해자 등과 의료감정서 작성자가 업무상 연관이 되어 있다면 그 의료감정서는 객관적일 수 없다. 그러므로 의료감정은 수검자의 치료에 참여하지 않았고 동시에 다른 의뢰자와도 사업적인 연관성이 없는 의사가 담당하여야 한다. 그리고 장애 정도를 정하기 위해서는 장애의 의학적 평가를 상대적 가치에 따라 객관적으로 수량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받지 않았고 검증되지 않은 의사들에 의하여 객관적이지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내용이나 설명도 없이 단순하게 장애의 중한 정도만을 평가하여 노동 능력 상실률 또는 신체 손상률로 표현하여 기입하는 형태로 작성된 장애 진단서는 무책임한 장애평가서다. 의료감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며, 이는 수검자와 그 상대 측에 대하여 피평가자의 증상과 의학적 검사 소견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것이다[2,4,8]. 공정성은 객관성에 대한 균형에서 출발한다. 감정의사들도 지속적인 재교육과 교차교육으로 그 차이를 줄이도록 노력하여 의료감정서의 질적 가치를 유지하여야 한다. 2,9 잘 교육받고 검증된 장애평가전문의로서 의료감정전문의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과 감정서 작성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을 정리하여 본다.

1) 신체감정의 역사

신체감정 일부분에 의료감정이 있으며, 이는 법적 판단을 공정하고 정확히 할 수 있도록 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는 법관을 도와 장애평가, 질병이나 손상의 원인과 인과관계, 관여도, 개호 여부와 여명 및 후유장애에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받는 여러 요인들에 대한 의사의 전문가적 견해와 판단을 제공하는 업무이다. 꾀병이나 증상의 과장이 사회적 문제로 관심받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구빈법과 관련이 있다. 구빈법은 걷지 못하거나, 무기력하거나, 늙거나, 앞을 볼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기 위한 법이었지만 장애인 복지가 시작되면서 장애를 흉내 내거나 기존의 장애를 과장되게 표현하는 일이 생겼다.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18세기부터 장애에 대한 의학적 평가를 하기 시작하였고, 1834년 새구빈법(new poor law)에서부터 가난과 장애를 구별하고 장애의 의학적 평가를 강화하였다. 근대적 의미로서 신체감정은 19세기의 새 구빈법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2].

2) 의료감정이 필요한 분야

의료감정은 의료사고로 인한 민사나 형사적인 분쟁에서 의료과실의 존재, 인과관계, 장애 정도, 치료비 등을 판단하기 위한 증거 절차로 사용되며 보험(자동차보험, 손해보험, 생명보험, 산재보험 등)에 있어서는 보험사고 해당 여부, 장애의 원인과 정도, 치료비 등을 심사하는 경우와 각종 연금, 장애인 복지에 있어서 지급 사유 해당 여부, 장애 유무와 등급, 치료 기간 등을 판정하는 경우에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의 심사에서는 의학적 타당성과 비용-효과성 판단에도 의료감정을 활용한다[2].

3) 의료감정의 중요성과 역할

보험 제도의 발달, 각종 사고의 발생, 의료분쟁의 증가, 사회 복지의 확대 등으로 의료감정 또는 의료자문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라 공정한 의료감정은 관련 이해 당사자(보험자와 피보험자 및 계약자, 가해자와 피해자, 수급자와 제공자 등) 사이의 공평한 분쟁 해결을 위해 필수적이다. 반면 공정하지 못한 의료감정은 분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 의료감정은 사회 시스템 유지 및 통합을 위한 중요한 제도이며 절차이다[1,7,9].

4) 의료감정의 특성

간략히 신체장애 평가, 의료분쟁 심의 그리고 진료 심의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장애평가는 장애의 정의, 개념, 유형, 평가 기준에 따른 장애 유무와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의료분쟁 심의는 의료과실 여부에 대한 평가이다. 진료 심의란 적절한 치료가 시행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진료 심의 업무는 우리나라 심평원의 주된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감정을 위한 진찰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진찰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기본적인 개념에서 의료 행위에는 다음과 같은 특수성들이 있다[1,9]. 행위자인 의사보다 환자를 위하는 이타적이며(구명성), 근본적으로 인체에 대한 침습 행위이고(침습성, 위험 내재성), 같은 의료 행위일지라도 환자에 따라 일률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예측 곤란성), 같은 환자라도 증상과 징후가 시기에 따라 달라지고(진행성),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며(전문성), 응급 상황처럼 때로는 더 기다리거나 주저할 수 없이 시행하기도 한다(감행성). 그에 따라 매우 폭넓게 재량을 인정하며(재량성), 대부분의 의료 행위는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시행된다(밀실성). 의료사고 등에서 과실과 인과 관계에 관한 사실 규명이나 입증은 어렵다. 사실 입증이 어려운 이유는 기본적으로 의료 행위의 특수성 때문에 주요 증거들은 의료인 측이 작성하고 의료인 측에 편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사람이 정교하게 위조하거나 변조하면 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5) 의료감정의 유형

의료감정은 감정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감정 방법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서류감정, 실험감정, 재감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서류감정의 경우 감정의 대상이 문서로 그 내용을 검토하여 어떤 감정사항에 대한 감정인의 의견 또는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의료감정의 경우에는 의무기록을 검토한 후에 과오의 유무, 적정 치료 여부 등에 대한 감정을 행하는 것이다[1]. 실험감정의 경우 실험, 시험 또는 검사 등을 실시하여 어떤 결과, 사실을 토대로 한 의견 또는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의료감정의 경우에는 시체 검안, 부검, 혈흔감정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재감정의 경우 감정의 대상이 다른 감정인에 의하여 일차적으로 실시된 감정을 제3의 감정인이 다시 실시하는 것으로 그 대상은 서류, 물건 등이 해당된다.

6) 감정서의 채택 여부

감정서는 재판이나 조정, 중재에 증거로 채택될 수 있으나 채택 여부는 판사나 조정부 등의 판단이다. 감정인은 채택되도록 설득력 있게 감정서를 작성하는 것이 업무이며 판사는 감정에 의문을 갖거나 증거력이 불충분하면 따로 감정인을 선정하여 재감정을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감정인은 자신의 감정 결과가 법원 등에서 채택되는지, 어떠한 영향들이 있었는지를 알 수 없다[1].

7) 감정인의 의무

민사소송법에서는 감정에 필요한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는 감정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민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334조 제2항에 따르면 제314조 또는 제324조의 규정에 따라 증언 또는 선서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과 제322조에 규정된 사람은 감정인이 되지 못한다. 감정인은 출석 의무, 선서 의무, 감정의견 보고 의무가 있으며 감정인이 불출석한 경우 법원은 감정인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으나 강제 구인이나 감치 처분은 없다. 감정인이 감정을 거부하여도 그에 대해 감정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감정인은 증인과는 달리 대체 가능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335조의2 (감정인의 의무) 제1항에 따르면 감정인은 감정사항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속하지 아니하는 경우 또는 그에 속하더라도 다른 감정인과 함께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법원에 감정인의 지정 취소 또는 추가 지정을 요구하여야 한다. 제2항에서는 감정인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3].

2. 선택받는 의료감정의 조건들

의료감정의 범위와 한계도 있지만 중요한 원칙은 두 가지이다. 첫째, 의료감정은 가치중립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포괄적 의미의 해석이나 인간의 감정적 사항에 대한 언급이 있으면 왜곡이나 편향된 감정 결과로 의심받을 수 있다. “~인 것으로 사료됨”, “적절한 것으로 사료됨” 등의 감정 결과에 주관적 판단을 의미하는 문구는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다. 의료감정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의료 행위에 대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감정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규범적 평가를 진행하고 참고적 활용을 하는 것으로 그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 감정서에는 치료 및 진단 이후의 부작용 및 예후에 대하여 의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설명이 포함되어야 한다[3,4,6]. 둘째, 의료감정의 진행에 있어 시작은 감정을 위한 바람직한 기록물 확보이다[7]. 의료감정은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한 의료 행위 과정에서 과실 및 그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사고 발생 시 진료기록을 확보하여 기재된 내용의 신뢰성 파악이 이루어져야 하고 의료 행위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10]. 의학적으로 명확하지 않거나 추정적인 소견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11,12]. 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의료감정인은 환자의 치료를 위한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장애를 평가하는 의사로 치료를 잘하는 명의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장애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2) 의료감정인은 장애의 발생 원인과 치료 및 경과에 대한 의학적 분석이 가능하여야 한다.
3) 의료감정인은 여러 진단 방법과 평가 도구를 이용하여 장애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수량화할 수 있어야 한다.
4) 의료감정인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감정서 작성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의뢰한 피감정인, 보험사, 변호사 또는 판사 등이 이 감정서만으로도 환자의 현재 장애 상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서류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5) 의료감정인은 수검자의 치료에 참여하지 않았고 동시에 다른 의뢰자와도 사업적 관련이 전혀 없는 의사여야 한다.
6) 의료감정인은 지속적인 교육을 통하여 장애평가전문의 사이에서도 의학적 견해 차이와 이에 따른 평가 결과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3. 의료감정 업무 및 보고서 작성

의료감정의 궁극적인 업무는 장애평가와 과실 여부 확인에 대한 객관성과 중립성 확보이다. 이를 위한 보편 타당한 형식을 1) 서론, 2) 과거력(현 장애와 연관성이 있는 과거력 및 업무력 등), 3) 이전 치료 평가, 4) 진단 검사, 5) 계통적 문진, 6) 신체 검사(신경계, 근골격계, 가병[malingery, 의식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목적을 위해서 질병 또는 상해(傷害)의 증상을 거짓으로 말하거나 과장하는 것] 검사 등), 7) 장애평가, 8) 기왕증, 사고와의 인과관계, 9) 의학적 최대 회복 상태(maximal medical improvement, MMI) 여부, 10) 예후, 11) 업무능력 평가, 12) 향후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검사, 13) 향후 치료, 14) 추적 검사로 구성하여 설명해 볼 수 있다.

1) 서론

장애평가서가 치료와 재활을 위한 평가가 아니며 필요한 검사들도 치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평가를 위한 것임을 명시하여야 한다. 또한 이에 대하여 수검자에게도 고지하여야 하고, 이러한 사실도 반드시 기록하여야 한다. 또한 본인의 의견과 자문 의뢰의 소견들을 꼭 구분하여 표시하여야 한다.

2) 과거력

현 장애와 연관성이 있는 과거력 및 업무능력 등을 정리한다. 연관된 정보를 순차별로 정리하는 것이 좋으며 “환자의 진술에 의하면”, “보호자의 주장에 의하면” 등의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 치료의 시작과 끝에 있어 대표적인 치료 또는 현재 상태와 연관이 있는 내용에 대해서만 기록한다. 환자와의 면담에서도 질문은 구체적이어야 한다(예: “허리가 아픈 적이 있습니까?”보다는 “디스크 진단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허리 통증으로 검사를 받은 결과는 어떠하였습니까?” 등).

3) 이전 치료 내용의 요약과 평가

감정인은 치료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로서 이전 치료 내용들에 대한 파악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1) 이전 치료

이전의 치료는 손상 내용과 함께 장애를 결정하는 핵심 사항으로 이에 대한 자료 확보와 평가가 필요하다. 이전 치료에 대한 심각한 오류를 발견하였다면 이에 대한 비난보다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견을 제시한다. 대체 요법들에 대한 기술도 자세히 추가된다면 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의 주관적인 표현에서 치료 전의 통증이 100%라면 치료 후에는 몇 퍼센트 남아 있었다는 등의 표현으로 치료의 효과를 수치화해 볼 수도 있다.

(2) 현재 치료

치료가 장애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치료인지,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인지, 치료 효과는 있는지를 평가한다. 즉 치료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기대감의 치료인지,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치료인지, 실제로 치료 효과는 어떠한지를 평가하여야 한다.

(3) 향후 치료

장애평가 시점에서 치료의 필요 여부, 필요하다면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등의 소견을 의료감정서에 기술하여야 한다.

4) 진단 검사

객관적 평가와 예후를 포함한 향후 장애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초기 검사 소견 검토가 필요하다. 드물게 장애평가를 위한 과도한 검사가 시행되는 경우도 있으나, 장애평가를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가 기본 검사로 시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애평가를 위한 검사는 치료를 위한 검사가 아니며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검사여야 한다.

5) 계통적 문진

현재 장애 상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혈합, 당뇨병, 우울증, 심장 질환 등의 질환들을 기록한다. 가병 판별에 참고할 수 있는 문진을 시행하여 증상의 진위 여부를 평가하고 이에 대한 기록이 필요할 때도 있다.

6) 신체 검사 진찰 소견

(1) 근골격계

시진상으로 비대칭, 변형, 자세 및 보행이상, 근위축 여부 등을 관찰한다. 또한 관절운동범위, 관절구축, 부종 등에 대한 기능 및 장애평가에 필요한 요소들을 측정한다. 유발 검사와 가병 검사들도 중요하다.

(2) 신경계

반사 검사, 근력 검사, 감각 검사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수검자의 비협조와 관련하여 반복적인 교차 검사를 통하여 진위 여부를 평가하고 필요에 따라 진단 도구나 기기를 이용하는 데 있어 신경전도 검사나 근전도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수검자가 진찰실을 나간 이후의 행동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7) 신체 손상 또는 장애평가

(1) 장애 개념

장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대적으 로 장애의 개념은 바뀌었다. 전통적으로는 신체의 이상으로 인한 일상생활 불편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현대에는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와 환경적 불이익에 의한 일상생활의 불편들을 포함한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 처음으로 체계적인 국제장애분류체계(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impairment, disability and handicap, ICIDH)를 발표하면서 impairment는 장기 또는 기관의 손상을, disability는 장기 또는 기관의 손상으로 인한 기능의 손실을, handicap은 기능의 손실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을 의미한다고 개념을 정리하였으나, 이후에도 장애 관련 용어의 분류와 그 의미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과 함께 사회 및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장애 개념과 장애 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2001년 WHO는 새로운 장애 분류 체계인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ICF)을 발표하였다. ICF는 기존의 건강과 장애에 대한 개념을 전향적으로 규정하여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그 영향력이 강하였다[2,4]. 2007년 우리나라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은 기능 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였다[4]. Impairment의 정도는 손상 부위에 따라 어느 경우에나 일정하지만 disability의 정도는 동일 손상이라도 업무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 장애평가 지침서[13]에서는 impairment evaluation으로 같은 손상이면 장애율의 퍼센트가 동일하게 나오지만, 맥브라이드 장애평가 지침서에서는 disability evaluation으로 직업계수를 적용하여 같은 장애일지라도 장애율의 퍼센트가 AMA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2) 장애 진단

증상은 있으나 장애가 없거나 증상과 장애가 일치되지 않는 경우라 해도 이에 대하여 자세하고 논리적인 설명을 하여야 한다[5]. 결론이 없는 장애평가서는 의뢰인에게도 수검자에게도 효용 가치가 없다. 의사는 판사가 아니고 의료감정서는 법원의 판결문이 아니다. 비디오나 사진 등이 좋은 증거물일 수도 있으나 이에 대한 법적 판결은 법원의 몫이며 이에 대한 의학적 견해만을 작성하는 것이 감정인의 업무이다[5,10]. 전신에 대하여 손상, 질병으로 인한 인체의 감소된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impairment 평가라면, 생산적 활동이나 특별 동작 수행 및 작업 등의 요소를 감안하여 평가하는 것이 disability 평가이다[2].

(3) 대표적인 장애평가 방법

McBride는 1930년대 미국의 육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1936년 『Disability Evaluation』을 발간하였다. 이 책은 1963년 6판을 마지막으로 절판되었으며 신체 여러 부위의 손상과 질병, disability에 대한 백분율로 표시된 등급을 정하였다. AMA 장애평가는 AMA에서 1971년부터 14개 부위에 대한 신체적인 장애평가를 시행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고, 이를 개정하여 6판까지 출판하여 질환을 기본으로 근거 중심의 평가를 하고 있다[13].

(4) 장애평가에 대한 사회적 문제점

우리나라에는 법률의 취지에 따라 장애평가 기준들이 서로 다르며, 이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를 하기 때문에 장애에 대한 복지 혜택이나 보상을 위한 평가가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사회적 불만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예로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1, 2급의 혜택을 받았지만 같은 장애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법에서는 등급의 하향을 가져오거나 그 반대가 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는 동일한 장애에 대한 적용 기준이 달라 발생하는 장애 등급의 차이인데, 이를 잘못된 장애평가 결과로 받아들이게 되는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장애평가 시 평가자에 대한 체계적인 장애평가 교육이 수반되어야 하며 1인 단독 평가보다는 복수의 평가자들의 결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관점과 관심사들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학계의 장애평가 기준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평가 방법에 따른 기준 제시도 필요하며,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과 합의에 따른 제도 또한 필요하다[6,10,12].

8) 기왕증 및 인과관계 평가

원인과 기여도에서 기왕증의 유무, 연관성, 이전의 장애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을 하여야 한다. 장애의 원인이 하나 이상일 때 이들의 관여도를 평가하는 것은 법원의 몫이 아니라 의료 감정의 몫이다. 두 가지 대표적인 학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조건설로 선행 사실이 없으면 후행 사실도 없다는 것을 전제로 가능성만 있으면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정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상당인과관계설로 선행 사실이 대개의 경우 후행 사실을 유발한다는 개연성이 있어야 인과관계로 판정한다. 기왕의 병변이 사고로 인해 악화될 개연성이 있는 경우 동일한 손상이라도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병의 경과 혹은 사고로 인하여 퇴행성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문제 등은 개연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무조건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 비율적인 관계론이 필요하며 고전적 인과관계인 all-or-nothing에서 경합되는 여러 원인들이 있다면 그 원인들이 기여하는 비율을 적용하여 손해에 대한 전보의 개념에서 사고의 관여도 또는 기왕증의 관여도를 평가한다.

(1) 관여도

사고 혹은 손상의 발생 시점과 장애의 발생 시점이 일치한다면 이 사고의 장애에 대한 관여도는 100%이다. 그러나 이 장애가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수도 있고 사고 이전에 있었던 기왕증이 하나의 원인이며 유사한 증상이 있었다면 사고가 장애에 기여한 기여도를 정하여야 한다. 사고의 관여도를 객관화시키는 것이 기왕증을 찾아내는 것보다 어렵다. 또한 기왕증 관여도와 사고 관여도가 100% 장애의 원인은 아니므로 사고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옳다.

(2) 관여도 평가의 실제

인과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유사 장애가 이전에 발생하였으나 완전 회복 또는 증상이 고정된 경우, 두 번째, 유사 장애가 이전에 발생하였고 아직 증상이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MMI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 세 번째, 사고와 무관한 기왕의 장애가 존재하는 경우(예: 소아마비로 인한 하지장애를 가진 환자의 절단 사고로 인한 상지장애), 네 번째, 사고 또는 현재의 업무와 연관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으며 현재의 장애 상태와 연관성이 있는 질환이 있는 경우(예: 퇴행성 관절염, 수근관증후군 등)이다.

(3) 의뢰인 측에서 개선할 사항

교과서적으로 의학적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적다. 예를 들어, “의학적 가능성이 있는가?”는 긍정적인 답을 기대하는 질의이다. “현 장애 상태가 기왕증과 무관하게 발생되었을 의학적 가능성이 있는가?”와 “현 장애 상태에 기왕증이 관여했을 의학적 가능성이 있는가?”는 질문에 모두 “예”라는 답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경우 “가능성이 몇 퍼센트 정도 될 것으로 판단되는가?”가 보다 실질적인 질문이 될 것이다.

(4) 의료감정의 측에서 개선할 사항

의사들의 서류 작성에는 완고하면서도 우회적인 표현이 많다. 일종의 방어적인 표현 방법으로, “의학적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가능성이 매우 낮다)”, “수검자가 검사에 충분히 협조적이지 않아(수검자가 협조하지 않거나 증상을 과장하여)” 등과 같은 표현들은 해석 주체에 따라 의도와는 다르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감정의는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여야 한다.

9) 의학적 최대회복 상태(MMI) 여부

MMI는 현재 장애에 대하여 향후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의학적 처치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이다. 원칙적으로 장애평가는 MMI에 도달하여야 가능하나, 수술적 치료 후에 장애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면 수술 시행 여부에 대한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MMI 판단은 인정되는 가능한 의학적 처치가 모두 시도된 이후를 시점으로 하는 것이 맞지만 이때 고려할 사항으로 인정되는 치료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와 어떠한 이유들이 있어 가능한 모든 정상적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과 해석이 필요하다.
MMI는 정상적인 의학적 치료가 장애를 감소시킬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였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모든 정상적인 치료란 장애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모든 치료법을 의미하고, 장애는 교정 후 장애를 의미한다. 상지 절단을 예로 든다면 미용 목적의 의지 착용에서 기능적 의지의 사용을 시도하고 훈련하여 이에 대한 장애를 평가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만일 환자의 거부나 건강상의 이유로 가능한 모든 치료가 다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다른 가능한 치료법을 명백히 적용시킬 수 없다면 이에 대한 언급을 한 후 현 상태에서 장애를 평가한다. 다른 경우지만 견관절의 회전근개 부분 파열 시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경우에 수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에서 장애평가를 위해서는 꼭 수술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 역시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도 최선의 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현 상태의 검사 소견을 근거로 장애평가를 하여야 한다.

(1) 판단과 실제

지속되는 증상과 증상의 원인이 되는 객관적인 장애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증상은 변화할 수 있으나 장애는 고정된 상태이다. MMI에 도달한 후의 치료는 원칙척으로는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치료들이 이미 모두 시도되었어야 한다. MMI에 도달한 이후에도 기능적 호전은 있을 수 있다. 의료감정에는 MMI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통증의 경우 “객관적인 장애를 찾을 수 없지만 통증이 있는 경우에도 이를 장애로 봐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해석에 있어 갈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평가자에게 편한 표현으로 이러한 상태를 만성통증증후군으로 진단하거나 가병으로 진단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신체적으로는 장애가 없음을 충분히 기술하고 현 증상에 대한 추적 관찰과 업무 형태 변화 등에 대한 언급과 추가적인 정신건강의학적 접근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 예후

평가하는 시점이 늦으면 늦을수록 장애평가의 정확도는 높을 것이다. 영구장애는 시간이 경과되어도 변화가 없으나 예후는 달라질 수 있다. 예후 또한 동일한 장애에서 환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여기서 평가하는 예후는 현재 장애와 연관된 것만 평가하여야 한다. 향후 노화로 인해 다발성 통증이 생기거나 다발성 기능 저하 및 인지기능 저하를 모두 감안하여 예후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즉 현재의 장애와 이를 야기시킨 손상으로 인하여 예상되는 결과만을 평가하여야 한다.

11) 업무능력 평가

피검자의 업무 복귀 가능성, 업무 복귀 후 결과, 업무 복귀 가능 시점에 대하여 답변하기 위해서는 피검자의 업무 분석, 업무 변경의 가능성, 부분적 업무 복귀의 가능성 여부 등을 파악하여야 한다. 업무 복귀 후 증상 악화 또는 추가 보상을 이유로 증상 악화를 호소하는 경우 그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도 있다. 업무능력 평가 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업무의 제한 여부(육체적, 시간적 제한 여부), 업무 제한의 영구적 또는 한시적 적용 여부, 업무 변경 또는 가능한 업무에 대한 제한과 제안, 업무능력에 대한 재평가 필요 여부와 그 시기.

(1) 업무 복귀 평가

업무 복귀는 근로 환경과 업무의 종류를 고려하여 동일한 장애에 대하여 다른 결과들로 평가될 수 있다. 업무 복귀는 정상 업무 복귀, 제한적(업무 시간 및 강도) 업무 복귀, 업무 복귀 불가로 구분할 수 있다. 정상 업무 복귀는 장애가 없거나 장애가 평상시 업무 환경과 무관하거나 장애 자체가 안정적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가능하다. 제한적 업무 복귀는 육체적 노동 강도가 낮은 업무로 장애나 치료를 악화시키거나 지연시키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보통은 일시적인 경우가 흔하며 추적 관찰에 의해 업무 제한의 정도를 수정할 수도 있다. 업무 복귀 불가는 일시적일 수도, 영구적일 수도 있으며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로 기존의 업무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이다.

(2) 판단의 어려움

업무능력은 노동능력으로 장애율과는 다르다. 즉 작업장에서의 업무능력을 의미한다. 환자가 보상 합의 전에는 극심한 통증과 장애로 인한 업무 복귀를 기피하면서 곤란함을 호소할 수 있지만 보상 합의가 된 이후에 재취업을 희망할 때에는 업무에 지장이 없음을 주장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또한 업무 적응 단계 없이 과도한 업무로 실제 증상이 악화되어 추가 보상을 요구할 때에는 증상의 악화와 추가 상병을 인정받으려 하기도 한다. 어떤 의사라도 100% 업무 복귀를 장담하기 어렵고 작업 부서 전환이나 제한적 업무 복귀도 우리나라 노동 현장에서는 사실상 어려운 결정이다. 업무 결정은 사업주의 몫이지 의사의 권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무 제한도 권고사항이지 강제할 수는 없는 의견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사는 환자의 건강을 최선에 두고 객관적으로 의학적 소견을 기술하여야 한다.

12) 향후 치료

향후 치료비 추정서는 의료감정서와는 별도로 작성하여 발급하기도 하는 문서이다. 향후 치료란 장애평가 후에 치료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또는 하면 좋을 만한 치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하여, 장애 상태의 악화나 이차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치료를 의미한다.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한다고 하여 향후 치료비 추정서 발행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이는 손상으로 발생한 의학적 손해에 대하여 이후에 꼭 필요한 치료에 대한 비용을 산정하는 추정서다. 후유 장애 진단서는 손상으로 인한 노동능력 상실률 개념에서 사고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추정하여 기대수익의 감소에 대한 배상 차원(일부 위자료 성격)이 강하다면, 향후 치료비 추정서는 손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추가적인 치료 비용에 대한 성격이 강하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향후 4주간의 물리 치료가 필요하다”는 표현은 배척되고, “향후 4주간 견관절의 수동운동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표현은 치료 계획으로 받아들여진 사례가 있다.

13) 추적 검사 및 관찰

장애평가 업무를 위하여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장애에 대한 결론을 성급히 내려서는 안 된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특정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일정한 치료 기간 후 재평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적 관찰에 따른 재평가가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반드시 기록한다.

4. 의료감정서 작성 시 주의사항

감정서는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보고하는 문서이다. 감정서의 양식이나 기재 방식은 따로 정해진 바 없으나, 일정한 형식은 존재한다. 감정서는 전문, 검사기록, 설명, 감정 결과 순으로 기재한다. 전문에는 사건 이름, 감정 명령(위촉)을 받은 날짜, 장소, 명령(위촉)한 사람의 직책과 이름, 감정 처분 허가장 발급 날짜, 발급한 사람의 직책과 이름, 감정(위촉)사항과 자료(시체, 병력, 검사물 등)를 기재한다. 검사기록은 대개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기재한다. 각 항목에 따라 검사 방법, 경과, 소견, 결과 등을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기재하고, 같은 검사를 하였다면 검사 방법과 결과는 전문에 일괄하여 기재한다. 질문에 대하여 답 또는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그에 대한 설명 또는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와 의견 등을 기재하는 형식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에는 감정 시작일과 종료일, 감정인의 신분, 직업, 직책, 주소 등을 기재하고 서명하거나 날인한다. 기록이나 설명을 위하여 그림이나 사진 등을 첨부하기도 하며, 감정서 각 쪽에는 간인을 찍기도 한다. 감정인은 전문가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자료를 분석하고 검토하고, 감정서를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재한다. 감정서를 읽는 사람은 의사 외에 환자와 그 가족, 변호사, 수사관, 조정위원 등이므로 비의료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기재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원칙은 중학교 정도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하고 어느 경우라도 일반 대학생의 수준을 넘지 않도록 권고한다. 물론 의사와 환자 양측이 감정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설득력을 갖추어야 한다. 의견을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감정인이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여 판정을 해야 할 판사나 조정위원들이 융통성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감정인도 있다. 감정의 목적이 판결인지 아니면 조정이나 중재인지에 따라서 표현의 수준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근본은 같아야 한다.

1) 의료분쟁에서 진료기록감정

감정서 작성 시 사고 발생 경위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이후 결과적으로 피고 병원과 그 의사들의 진료 과정에 부적절한 점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만일 진료 과정이 부적절하였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을 지적할 수 있는지를 기재하고, 적절하였다면 그 이유를 간략하게 기재한다. 감정서 작성 시 병명 등 의학적 용어는 가급적 국어, 한자어, 외래어를 병기하고, 간단한 개념 설명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2) 신체감정(장애평가 등)

먼저 신분증으로 감정 대상자를 확인한다. 그리고 감정의 기초가 된 내용을 자세하고 명확하게 기재한다. 이후 감정 일시가 정해지면 감정 대상자 및 피고에게 알린다.

3) 감정서와 관련된 기타 주의사항

다음 세 가지를 주의한다. 첫째, 감정서는 감정 명령이나 위탁한 사람에게 전해지기 전에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 둘째, 감정서를 전한 뒤라도 관련 변호인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이외에 누구에게도 함부로 그 내용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째, 사건의 심리나 처리가 종결된 후에 그 내용을 학술 연구 목적으로 이용 시 일자, 관계자, 장소 등과 관련 관계자의 비밀 유지와 명예 보존 등에 주의한다. 마지막으로 감정서는 항상 복사본을 만들어 감정인이 보관한다.
특히 의료소송에 있어서 인과관계나 과실 판단은 법적인 가치 판단이므로 법원의 전권사항이지만 법원은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므로 전문가인 의사에게 감정을 의뢰할 수밖에 없다. 감정 결과의 채택 여부는 법관의 심증에 달려있으나 의료 분야의 경우 전문적인 것이므로 감정 결과를 평가하고 채택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의학 지식이 요구된다. 현재 진료 기록감정 등 의료감정의 경우 대한의사협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 대학병원 및 학회 등에 분산하여 의뢰되고 있다. 의료감정은 종국적인 결론은 아니지만 종국적인 결론을 위한 가장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감정 결과의 공정성 및 정확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5. 의료감정의 문제점

2020년 1월 1일 수요일, 의협신문에 현직 판사가 법원 의료 감정의 문제점에 있어 사법 불신의 가장 큰 영역에 의료소송이 있다는 요지의 글을 게재하였다. 해당 논설에서는 의료감정의 문제점의 원인으로 1) 빈번한 감정 촉탁 반려와 감정 절차의 지연, 2) 감정 절차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의 문제, 3) 감정서와 진료기록 자체의 부실, 4) 낮은 감정료 등을 언급하였다[14].
감정인은 증인과는 구별되며, 그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지식과 경험 및 기술에 근거를 둔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하게 되므로 입증의 효과로 볼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공정성과 정확성을 가지고 있다[10]. 감정과 관련하여 법원은 증인 소환 절차에 준하여 감정인에게 지정된 기일에 출석하도록 하고 감정인 선서 후 감정 사항을 정하여 감정을 명하고, 그 결과를 구두 혹은 서면으로 진술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매우 생소하며, 그 빈도가 빈번하게 되면 감정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여 민사 소송법의 진료기록 감정 제도에서는 의사 개인을 감정인으로 지정하여 감정을 명할 경우 감정인 선서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여야 하는 부담이 있으므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에 감정을 촉탁하는 방법으로 진료기록감정을 시행하고 있고, 대법원은 감정인 선정과 감정료 산정 기준 등에 관한 예규를 만들어 놓았다. 즉 출석하여 선서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서류적으로 감정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9]. 이는 의료적 판단을 위해 감정의 촉탁 과정으로 민사소송법 제341조,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공기관, 학교, 그 밖에 상당한 설비가 있는 단체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에 감정을 촉탁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선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에 의거한 것이다. 실무에서는 감정인 선임이 어려워 통상 대한의사협회 등에 감정의 촉탁을 하고 있으며, 법원에서도 당사자가 감정 신청을 하더라도 감정인 지정보다는 감정의 촉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조회 촉탁 신청과 함께 가장 많이 이용되는 절차이다. 민사소송법 제339조의2 (감정인 신문의 방식)에 따르면 감정인은 재판장이 신문하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의료인은 감정인 지정과 감정의 촉탁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구분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차이는 전자는 감정인에게 선서를 시키고 나서 감정을 명하게 되나 후자는 따로 선서를 시키지 않는다. 감정의 촉탁은 선서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지 않으며, 감정의 촉탁 기관 담당 의사를 법정에서 진술하게 하는 감정인 신문이 아니다. 감정증인 신문(민사소송법 제340조[감정증인], 특별한 학식과 경험에 의하여 알게 된 사실에 관한 신문은 증인 신문에 관한 규정을 따른다. 다만, 비디오 등 중계 장치 등에 의한 감정증인 신문에 관하여는 제339조의3을 준용한다)은 감정인 신문과 구별된다. 민사소송법 제327조(증인 신문의 방식)를 보면 ① 증인 신문은 증인을 신청한 당사자가 먼저 하고, 다음에 다른 당사자가 한다. ② 재판장은 제1항의 신문이 끝난 뒤에 신문할 수 있다. ③ 재판장은 제1항과 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언제든지 신문할 수 있다. 즉 감정증인 신문은 민사소송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업무이다.
신체감정이나 진료기록감정은 실무상 원칙적으로 감정의 촉탁에 의한 방법으로 진행한다. 신체감정과 관련된 의료소송의 경우 손해의 범위 파악을 위하여 시행되며, 사망 사고가 아닌 경우에는 피해를 입은 자의 손해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시행된다. 신체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일 실수입, 치료비, 개호비 등 손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 및 확정 가능하다. 신체감정의 결과에 따라 청구 취지(특히 손해배상액 부분)를 확정한다. 진료기록감정은 환자(원고)가 제출한 진료기록 내용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한 절차이다[10]. 환자가 감정 사항을 작성하여 신청하면 법원은 임의의 의료기관 혹은 대한의사협회에 감정의 촉탁을 하게 된다. 소송 실무에서는 의료 영역 증거 조사의 방법으로 사실 조회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의료감정은 주로 의료사고로 인한 민사나 형사적 분쟁에 있어서 의료과실의 존재, 인과관계, 장애 정도, 치료비 등을 판단하기 위한 증거 절차로 활용된다.
감정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 요소는 해당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다. 법에서 정한 바는 없으나 의료감정을 하는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대학교수 또는 대형병원의 과장급 전문의이다. 이들은 의학과 의료에 관한 전문가로, 이들의 법률적 학식과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의료감정의 문제점으로 회신의 장기화, 편파적 감정, 의료감정의 불명확성과 부정확성을 들고 있고, 이에 대하여 공감하고 있다[6]. 이와 같은 문제점에 공통으로 작용하는 원인은 의료감정이 의료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는 점이다.
회신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의료인이 일을 선뜻 시작하기 어렵고 빠르게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제시한 자료의 양이 많거나 자세히 검토하고 답변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참고할 자료를 더 찾아야 한다면 일은 더욱 지지부진하고 회신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의료전담부에 따르면 감정의 촉탁에서 진료기록감정의 경우 통상 2-3개월의 제출 기한을 명시하여도 그 기간 내에 감정의 촉탁이 회신되어 오는 경우는 드물었고 실무상 감정의 촉탁 결과가 회신되는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감정 결과 회신이 늦어지는 이유는 감정 사항 답변이 어려운 것보다는 담당의가 본연의 업무에 너무 바쁘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원에서는 감정의 촉탁 후 2주가 지나면 관심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서면 알림을 보내기도 했으며, 의료전담부에서 수차례 독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회신이 없으면 변론 기일을 지정하여 감정 촉탁의를 감정(증)인 신문을 위하여 소환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 경우 소환장을 받은 감정 촉탁의들은 감정서를 제출하면 감정인 신문이 면제되기 때문에 감정인 신문을 피하기 위하여 모두 1-2주 내로 감정서를 제출하였다고 한다.
편파적 감정이라는 점은 의료인 측에 유리한 감정이라는 의미이다. 의료분쟁은 환자 측이 비난하고 의료 측이 방어하는 양상이 일반적이다. 비난이 성립하려면 의료 행위의 결과가 나쁘다는 사실과 함께 원인이 의료 행위이고, 의료 행위에 잘못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의료사고는 본질적으로 잘못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결국 감정을 하였으나 잘못을 지적하지 못하면 감정마저도 의료 측에게 유리한 편파적 감정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감정의 불확실성이나 부정확성은 오로지 감정인의 역량 문제이다. 전문성에 관한 감정인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문제는 감정의 목적이나 절차에 대한 소양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감정을 하면서 부족한 법관의 지식과 경험을 보충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학문적, 학술적 지식을 펼치거나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질문 자체가 지지부진하거나, 교과서에도 있는 간단한 내용을 질의하거나, 소송을 준비하기 위한 자료 수집처럼 보이는 문항들(예: A라는 질병 혹은 상태에 대하여 원인은 무엇인지? 주요 증상과 기전은 무엇인지? 진단 기준은? 치료 원칙은? 합병증과 예후는? 등)도 불명확하고 부정확한 의료감정서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결 론

1. 의료중재원의 의료감정 개념

의료분쟁 등에 있어 의료감정은 그 원인인 의료사고나 의료 행위에 관하여 감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중재원의 설립 근거인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의료중재원에 의료사고감정단을 설치하였고,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규정상 의료감정은 의료분쟁과 관련된 사실을 바탕으로 의료 행위 등을 둘러싼 과실 유무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일이다. 의료분쟁조정법에서 특이한 점은 감정위원의 자격과 집단 감정이다. 의료분쟁조정법에서 정한 감정위원이 반드시 다른 법에서 정한 감정인과 같을 필요는 없지만, 감정을 하는 사람은 당해 분야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고 간주하므로, 의료감정에서는 의료인 또는 의학자가 감정인들로 구성된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사고감정단의 각 분야, 대상, 지역에 따른 감정부를 두어 실질적인 의료감정을 수행하도록 하고, 감정부는 의료인 2명, 법조인 2명, 소비자 권익에 관한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1명 등으로 구성한다. 모든 사례들은 각 감정부에서 감정하므로 감정위원한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다섯 사람의 논의를 거치는 집단 감정의 성격을 갖는다. 이는 감정부의 업무가 의료감정이 아니라 의료사고 감정이라는 취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 감정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특징적인 사정은 아니다. 일본이나 유럽에서도 집담회 형식 혹은 집단 감정의 사례가 있고, 집단 감정에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포괄적인 의료감정이나 열린 감정이라는 개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의료감정의 목적이 조정이나 중재인지 아니면 판결인지, 상시적인 감정인지 아니면 해당 사건이 있을 때만 실시하는 감정인지, 쓸 수 있는 감정인이 얼마인지, 감정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지 등에 따라 운영하는 제도가 달라진다.

2. 의료분쟁조정법상 조정 제도와 의료감정의 역할

감정은 해당 분야에 대한 경험과 제반 지식을 바탕으로 법원의 판단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증거물 조사 절차에 해당한다. 의료감정서 작성 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감정으로 신뢰가 확보되어야 하고 의료사고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있어 사실 조사의 내용 및 결과, 과실 및 인과관계 유무, 후유장애의 정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분쟁에서 의료감정의 역할은 법원의 판단을 보완할 수 있도록 의료 행위 과정에서의 행위에 대해 과실 적용을 위한 임상적 경험에 근거한 확인이며, 그 확인된 사실이 무엇을 했어야 하는지에 대한 적절성과 과실에 대한 평가이다.

3. 의료감정과 진료기록감정 및 그 판단에 대한 법률적 고찰

의사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에게 나쁜 결과를 야기한 것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묻기 위해서는 의료과실 여부와 인과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과실과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것은 의료기관에서 작성한 진료기록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분쟁의 해결을 위해 법원 등은 진료기록에 대하여 의학 전문가에게 전문적 지식이나 그 지식을 이용한 판단을 보고하게 하는 감정 절차를 진행한다. 의료사고에 대한 감정의 결과는 전문가에 대한 참고 의견으로 증거 방법의 하나에 불과하나, 의료사고에 대한 분쟁에서 진료기록감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고 법원 등의 심증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의료감정의 중요성이 증가할수록 앞으로 이를 둘러싼 법적인 분쟁도 늘어날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문제로는 법원에 의한 의료감정 절차에서 발생하는 법률 문제, 법원 이외에서 행해지는 의료감정 중 특히 진단서 작성과 관련된 법률 문제[11,12], 보험과 관련된 의료 자문에 있어서 발생하는 법률 문제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법원에서는 감정 절차, 감정인의 감정 의무, 감정 결과의 구속력, 감정의사의 손해배상 책임(잘못 감정한 의사의 손해배상 책임, 정당한 이유 없이 의료감정을 지체한 의사의 손해배상 책임, 허위 감정으로 인한 감정인의 형사 책임)에 대한 제도적 보완에 많은 준비를 하여야 한다.

4. 의료감정에 있어 의사의 판단과 판사의 판단

의료감정서의 작성은 원칙적으로 환자의 치료에 관여하지 않은 의사로서 보험사나 가해자 측, 상대방 측과도 이해관계가 없는 의사가 맡아야 한다. 장애평가에 있어 의사들의 흔한 실수 중 하나가 피감정인을 자신의 환자로 보는 것이다. 장애평가서는 배상금과 연관되어 있고 법적인 판단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의 역할은 피감정인의 현재 장애 상태 또는 추정 가능한 장애에 대한 의학적 평가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고, 정확한 법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법부의 법과 행정부의 보상 체계의 결정은 판사와 행정 담당관의 몫이다.

5. 의료감정에 있어 환자의 판단과 관련 업무 부서의 판단

환자는 보다 많은 배상을 희망하고 보험사는 적은 비용과 최소한의 보상 지급으로 영업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는 높은 값을, 보험사 등은 낮은 값을 제시할 것이다. 이때 의사의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절충점이 되는 장애평가서는 환자와 보험사가 모두 불만을 갖는 장애평가서일 것이다. 환자 측에만 유리하게 작성된 장애평가서는 조정이나 합의의 기회를 상실하게 되어 비용의 증가와 장애율 삭감 등을 통한 배상 액수의 손실 등이 발생하는 원인이다. 과도한 장애율 판정으로 인하여 부당하게 고액의 배상금을 받는 것은 법 정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결국 다른 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증가시켜 사회적 부작용을 만들게 된다.
현행 의료감정 제도의 문제점들로 1) 감정 사항의 명확성 확보와 관련된 감정 결과에 대한 불신, 2) 감정의 지연, 3) 감정 내용의 부실, 4) 낮은 감정인 보수, 5) 복수 감정인 활용의 어려움 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감정료 지급 수준의 합리화, 감정인 보호에 관한 대책 수립, 의료감정전문가 제도 등을 제시해 볼 수 있다. 보험 제도의 발달, 각종 사고의 발생, 의료 분쟁의 증가, 사회 복지의 확대 등으로 의료감정 또는 의료 자문의 중요성은 증가하고 있다. 공정한 의료감정은 관련 이해당사자들 간의 공평한 분쟁 해결을 위해 필수적이나, 의료감정과 관련된 업무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거나 연구하는 의료인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의료인들이 의료감정이나 자문 등 새로운 업무 영역에 전문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미국과 같이 전문적인 감정의 자격 부여 및 교육, 훈련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감정 내용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감정의 충실도로, 이를 위하여 각 학회 차원에서 감정 사항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작성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감정인들을 확보하고 정확한 장애평가 및 진단서와 우수한 의료감정들이 제공된다면 의학적, 법률적 차원에서 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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