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Korean Neurol Assoc > Volume 39(2); 2021 > Article
이 and 김: 김승업 교수 (193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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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Vancouver에 있는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UBC)에서 해외연수를 할 때 도움을 주셨던 김승업 교수님께서 2020년 8월 7일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2021년 1월에야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UBC에서 clinical research fellow로 일할 수 있을까요?’라고 김승업 교수님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김 교수님께서는 저를 UBC 신경과 Division Head였던 Dr. Paty에게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1987년 9월부터 1989년 7월까지 Vancouver에서 clinical research fellow로 지내는 동안, 김승업 교수님을 자주 뵐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대한신경과학회에서 김승업 교수님의 추모기를 요청하여, 신경과학 실험 연구에 열정을 가지고 치열하게 도전하였던 김 교수님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김승업(金承業)은 193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서 1945년 조국광복으로 귀국한 후 서울에서 성장하였습니다. 1949년 경기중학교에 입학, 1954년 경기고등학교 2학년 때에 검정시험을 거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196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61년 일본 교토(京都)대학 대학원 의학과에 입학하여 1965년 동 대학원에서 ‘신경세포의 조직배양 연구’의 논문으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1966년, 김승업은 도미하여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연구원으로 연수한 뒤 1969년부터 캐나다 사스카치완대학교 의과대학에서 3년간 신경과학 연구교수, 부교수를 지냈습니다. 1972년 미국의 펜실베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신경병리학 부교수로 자리를 옮겨, 1980년 신경학 정교수가 되었습니다. 1982년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의 신경학 교수가 되었고, 1995년 브리티쉬 컬럼비아대학교는 김승업의 업적을 인정하여 마리안느 코너 석좌교수의 영예를 수여하였습니다. 그는 2002년 브리티쉬 컬럼비아대학교를 퇴임하고 명예교수가 되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 의과대학 교수로서 30여 년간 교육과 신경과학 연구에 종사하고 신경발생, 신경재생과 뇌질환 모델에 대한 업적으로 ‘네이쳐’, ‘사이언스’ 등 국제학술지에 560편의 논문 그리고 6권의 저서를 발간하였습니다. 김승업은 북미에서 활동한 30여 년 동안 62명의 후진을 양성하였고 그 가운데 24명이 한국인 연구자입니다.
김승업은 1998년에 귀국하여 신경과학 분야 최초 과학기술부 지정 우수연구센터인 뇌질환연구센터를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에 설립하여 9년간 석좌교수-소장으로 재직하였습니다. 9년 사이에이 연구소가 한국 신경과학 연구의 중심적 역할을 하도록 이를 키우고 60명의 석박사를 배출하였으며 120편의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2007년부터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한 뒤 2009년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석좌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는 브리티쉬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퇴임 이후에도 활발한 연구활동을 계속하여 2002년 이후 신경줄기세포 분야에서 182편의 SCI등재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2013년 77세에 평생의 업이었던 연구실을 떠나 은퇴를 하시면서 다시 미국으로 이주하였습니다.
김승업은 1978년 그간 불가능하다는 성인 인간 신경세포를 세계에서 최초로 장기간 세포배양하였고 이 배양법은 신경재생 연구에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1983년에는 세계 최초로 핍지교세포(oligodendrocyte)의 순수배양에 성공하여 다발성경화증 연구 모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1998년에는 제자인 미국의 스나이더와 더불어 세계 최초로 불멸화한 인간 신경줄기세포주를 만들었습니다. 이 신경줄기세포를 뇌졸중, 파킨슨병, 루게릭병, 알츠하이머병, 척수손상 모델동물 뇌에 이식하여 양호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시티 오브 호웁(City of Hope) 암센터에서 이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악성 뇌종양에 대한 치료 임상 연구가 시도되었습니다.
2002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새롭게 제정한 의학상을 김승업 교수님에게 수여하였고, 2007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는 그의 40년 넘는 학문적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함춘대상 학술상을 수여하였습니다. 그간 김승업은 2003-2004년 한국뇌신경과학회 회장, 2004-2005년 한국조직공학·재생의학회 회장으로 선임되어 새로운 학문 분야인 재생의학의 발전에 노력하였습니다. 2005년에는 김승업 교수님이 중심이 되어 한국줄기세포학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이 되었습니다.
위와 같이, 김승업 교수님은 일본, 우리나라, 다시 일본, 미국, 캐나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오가며 뇌세포/신경줄기세포 배양 및 연구를 직접 하면서 일생을 보내셨습니다. 그는 미국, 캐나다의 실험실에서 뇌세포/신경줄기세포 배양을 하면서 다른 신경과학자들과 항상 공동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젊은 신경과학자에게 많은 연구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캐나다, 미국 제자 중 뛰어난 두 사람을 꼽는다면 multiple sclerosis를 전공하는 University of Calgary의 V. Wee Yong 교수, Sanford-Burnham Medical Research Institute에서 stem cell과 regenerative medicine을 전공하는 Evan Y. Snyder 교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대학교 뇌과학교실에서는 김 교수님의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지속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임상 의사들보다 기초 연구를 하는 김승업 교수님 본인이 의학 발전에 더 기여할 것이라는 자부심이 강하였습니다. 2008년 인터뷰 기사에서 기초의학에 열정을 가지고 치열하게 도전하였던 일생을 “줄기세포 치료가 성공을 거두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임상에서 환자에게 이식하는 줄기세포 취득, 특이세포 분화, 안전성 평가, 이식프로세스 등을 연구 개발해야 하며, 이 같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이 같은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할지…”라고 걱정하면서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이 무수하게 존재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과학을 하는 기쁨은 이를 극복하고, 전진하는 데 있다”며, “불치병 치료를 위한 세계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는 어떤 난관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캐나다, 미국에서 Lab을 운영, 발전시키려면 새로운 발상과 우수한 인력, 지속적인 연구비가 필요하였던 어려움이 이 회견에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업 교수님은 부인 홍명화 여사님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는데 장남 김용호는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보스턴 소아병원에서 소아과 전공의, 전임의 과정을 마치고, 현재 미국 오클랜드 카이저-퍼머넌트(Kaiser-Permanent) 병원에서 소아종양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김승업 교수님이 작고하신 후에 유족들은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에 고 김승업 교수님 기념 벤치를 기증하였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추모식이 2021년 2월 25일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개최되었으며, “김승업 교수님은 평생 열정적으로 일하시던 실험실의 벤치를 영원히 떠나시면서 후학들이 연구활동 중간중간 편히 쉴 수 있는 벤치를 마련해 주셨습니다”라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일생 뇌세포/신경줄기세포 배양을 직접 하시면서 신경과학의 실험 연구/공동 연구를 열정적으로 하셨던 김 교수님도 이제는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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