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의 역사, 그리고 잘 알려진 환자들

The History of Parkinson's Disease and Famous Patients

Article information

J Korean Neurol Assoc. 2019;37(1):20-25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February 1, 2019
doi : http://dx.doi.org/10.17340/jkna.2019.1.3
Department of Neurology, Keimyung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Daegu, Korea
김근태, 유수연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Address for correspondence: Sooyeoun You, MD Department of Neurology, Keimyung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56 Dalseong-ro, Jung-gu, Daegu 41931, Korea Tel: +82-53-250-7830 Fax: +82-53-250-7840 E-mail: omoi81@hanmail.net
received : June 18, 2018 , rev-recd : September 28, 2018 , accepted : September 28, 2018 .

Trans Abstract

Background

Parkinson’s disease (PD) is one of the most common neurodegenerative diseases. However, the history of PD and famous persons with PD have not been described in detail yet.

Methods

We summarized the history of PD before the first description of James Parkinson’s. The four famous patients who were suspected or diagnosed with PD were reviewed through peer-reviewed journals as well as biographies, books, and media.

Results

Before the definition of PD was established, there were descriptions of various Parkinsonian symptoms in several literatures. The diagnoses of Adolf Hitler and Na Hyeseok are not certain and we only suspect that they had parkinsonism. The diagnoses of PD of the Pope John Paul II and Muhammad Ali are certain as they had medical records as well as video records that shows progressive deterioration.

Conclusions

Even before James Parkinson, PD have been recognized and described focusing on the bradykinesia and tremor. We should keep in mind that detailed examination as well as transcriptions are important, and that long-term follow-up is needed to document or differentiate PD and its mimics.

서 론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운동완만(bradykinesia), 안정시떨림(resting tremor), 과다굳음(rigidity) 등을 주 증상으로 하며,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신경퇴행질환이다.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 1755-1824)이라는 영국인 의사가 1817년에 발표한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를 통하여 임상 표현이 알려졌으며(Fig. 1), 이후 ‘신경과학의 아버지’라고 알려진 장 마르탱 샤코(Jean Martin Charcot, 1825-1893)에 의하여 파킨슨병이라는 진단명이 사용되기 시작하였다[1,2]. 1817년 이후 약 200년이라는 시간 동안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 감별진단, 치료 방법 등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6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파킨슨병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3]. 과거에 비하여 파킨슨병 환자와 가족, 그리고 퇴행질환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에게 파킨슨병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또한 파킨슨병의 역사와 이 병으로 투병한 유명인들의 이야기에 대하여 다양한 웹사이트나 각종 강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파킨슨병’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의 시대에 이 병은 어떻게 인식되어 왔는지, 그리고 이 병을 앓았다고 알려진 사람들에 대하여 어떤 근거가 있는지를 의학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내용은 많지 않다. 이에, 본 저자들은 다양한 문헌들을 조사하여 파킨슨병의 역사를 정리하고, 이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진 유명인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여 파킨슨병의 진단에 접근하는 근거를 구체적이고도 객관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Figure 1.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 (1817). James Parkinson wrote the article at the age of 62. Six cases of patients with cardinal symptoms of Parkinson’s disease including bradykinesia, and tremor were described [35].

대상과 방법

파킨슨병을 앓은 인물을 선정하기 위하여 Pubmed와 Google에서 영문으로 ‘Parkinson’s disease’, ‘history’, ‘diagnosis’, ‘celebrity’ 그리고 ’famous’라는 키워드를 사용하였으며, 한글로도 ‘파킨슨병’, ‘유명인’ 그리고 ‘역사’ 등의 키워드를 사용하여 관련 문헌에 대하여 검색하였다. 이 검색 결과에 대하여 다시 인물의 이름으로 자세한 추가 검색을 시행하였다. 이를 통하여 제임스 파킨슨 이전의 파킨슨병의 역사에 대하여 정리하고, 19세기 이후 유명인들에 대하여 개별적인 정보를 수집하였다. 장 마르탱 샤코가 파킨슨병을 명명한 19세기 이후에 파킨슨병 또는 파킨슨증에 대한 증상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된 인물들로서 아돌프 히틀러, 나혜석,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그리고 무하마드 알리에 대하여 전기문, 자서전, 신문 기사, 회고록 등의 여러 가지 문헌을 고찰하였다.

결 과

1. 제임스 파킨슨 이전 시대의 파킨슨병에 대한 언급들

제임스 파킨슨이 파킨슨병의 임상 표현형을 정리하기 전에는 파킨슨병에 대한 기술은 고대나 근대의 의료 서적 혹은 비의료 문헌에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질병명이나 관찰 기록, 문학적 표현의 형태로 찾아볼 수 있다. 주로 떨림, 느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질병군으로서 나이가 든 사람에서 나타나는 불편하고 아파 보이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고대 중국의 의학 서적인 황제내경(425-221 B.C.)에는 ‘떨림과 경직(stiffness), 머리를 웅크리고 눈은 한 곳을 응시하며, 몸통은 앞으로 숙이고, 걸을 때 떨림이 있다’라는 표현이 기술되어 있다[4]. 여기에는 주로 안정시떨림과 과다굳음, 자세 변화가 나타나 있는데, 현대의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인도에서는 15세기 경 아유르베다(Ayurveda, 고대 힌두교의 건강 체계) 문헌에 kampavata라는 질병이 등장한다[5]. 여기서 ‘kampa’는 떨림을 의미하며 ‘vata’는 움직임과 감각이라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질병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하여 ‘Mucuna pruriens(한국어명 ‘벨벳빈’)’에서 추출한 성분의 약을 주었다고 하는데, 이 열매에는 현대의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levodopa) 성분이 들어있고, 도파민작용제(dopamine agonist)와 비슷한 효능이 있다[6]. 떨림 등의 증상이 있는 환자가 레보도파 성분의 약제로 호전되었다는 점에서 현대의 파킨슨병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18세기의 외과 의사이자 해부학자인 존 헌터(John Hunter, 1728-1793)는 그의 크루니안 강의(Croonian lecture)에서 "L경의 손은 거의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잠을 잘 때에는 가만히 있다가 잠에서 깨어나면 이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Lord L-’s hands are almost perpetually in motion, ...When he is asleep his hands etc. are perfectly at rest, but when he wakes, in a little time they begin to move)."라고 기술하였는데, 이는 파킨슨병의 안정시떨림과 일치하는 모습이다[7]. 비의료적 문헌 속에도 파킨슨증에 대한 묘사를 발견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7)는 그의 저술에서 “마비 환자(paralytics)”, “영혼이 없는 듯 머리와 손과 사지를 떨면서 움직이는 자들(move their trembling limbs such as the head or the hands without permission of the soul)”, “떨리는 팔다리를 어찌할 수가 없는 영혼들(soul with all its power cannot prevent these limbs from trembling)”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였다[7]. 셰익스피어의 희곡에도 파킨슨증에 대한 묘사들이 등장한다: 희곡 리차드 2세(Richard II)의 1막 2장에서 요크 공작(Duke of York)은 “나는 빨리 그대를 벌하고 싶지만, 이제 느리고 떨리는 내 팔로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구나! (Now prisoner to the palsy, chastise thee and minister correction to thy fault!)”라고 말한다[8]. 이러한 문헌에서 “palsy”, “imprisoned arm”은 파킨슨증(parkinsonism)을 묘사하는 표현이다[9].

2. 파킨슨병을 앓았던 유명인들

파킨슨병의 확진 방법은 부검(autopsy)이다. 아래 기술할 인물 중에서 병리학적으로 파킨슨병을 확진한 환자는 없으며, 여러 가지 문헌과 비디오 등의 기록을 토대로 임상 진단기준을 사용하여 파킨슨병의 진단에 대하여 고찰하였다[10,11].

1)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4.20-1945.4.30)

아돌프 히틀러(이하 히틀러)는 매우 잘 알려진 정치인으로서, 독일 나치당을 이끌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히틀러에 대해서는 내과나 정신과적 기록이 더 많고 파킨슨증에 대한 기록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안정시떨림, 앞으로 몸이 굽어지는 양상의 자세 변화, 표정 저하, 느린 움직임, 그리고 작은글씨증(micrographia) 등의 파킨슨증에 대한 증거가 있다[12,13]. 히틀러에 관한 다양한 의무기록 및 역사적인 기록들을 살펴보면 파킨슨증으로 생각되는 운동 증상들이 1933년(44세)부터 시작되었다[14-16]. 히틀러의 파킨슨증은 왼쪽 팔에서 안정시떨림 증상으로 시작되었는데 1940년대의 영상을 보면 오른팔에 비하여 왼팔의 움직임이 떨어져 있고, 1945년 3월 경의 영상에서는 왼팔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느리게 걷는 모습이 관찰된다. 1945년에는 Max de Crinis 교수(정신과 의사)가 히틀러의 파킨슨병을 진단하였으나 치료를 받은 기록은 없고, 파킨슨병이 히틀러의 교정되지 않는 정서적인 강직과 극단적으로 경직된 사고 등에 영향을 주었다는 의견이 있다[17]. 히틀러의 증상에 대하여 종합해보면, 44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왼쪽 팔부터 안정시떨림과 운동완만이 시작되었고, 서서히 진행하며 전반적으로 느린 보행과 앞으로 굽은 자세를 보여, 사망 전까지 Hoehn과 Yahr의 단계 2에 해당하는 상태로 보인다.

2) 나혜석(羅蕙錫, 1896.4.28-1948.12.10)

정월(晶月) 나혜석은 일제 강점기와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활동하였던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 화가로서, 서양화 화가로서만이 아니라 작가, 시인, 조각가, 여성 운동가, 사회 운동가, 언론인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신여성이다(Fig. 2). 격변의 시기에 다양한 족적을 남겼던 그녀는 이혼과 여성운동에 대한 대중의 비난, 미술전의 실패 등을 겪고 탕녀, 은둔자 등으로 낙인찍혀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 40세가 된 1936년부터 여러 가지 질환으로 경성부 내 병원을 다녔으며, 1937년에는 극도의 신경쇠약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조카 나영균(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 교수)은 나혜석에 대한 기억으로 “어떤 남루한 할머니”, “입을 벌린 채 덜덜 떠는 할머니”라고 회고하였는데, 이는 나혜석이 45세였던 1941년의 모습이라고 하며, 당시 파킨슨병의 증상인 안정시떨림이 나타났고 심한 가면 얼굴(masked face) 증상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18]. 또한 당시 나혜석이 망가진 외모를 하고 있었음에도 유창한 영어 실력을 보였다는데, 파킨슨증이 있으나 비교적 젊은 나이였기에 아직 인지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지 않아서 언어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18].

Figure 2.

With her paintings. Na Hyeseok is standing with her works that was submitted at the 11th exhibition of Joseon in 1932 [36].

나혜석은 서울 시립 자제원 무연고자 병동에서 사망하였다[19]. 그녀의 사망진단서에는 “1948년 12월 10일 저녁 8시 30분에 추정연령 65세의 여자가 영양실조, 실어증, 중풍으로 사망”으로 기록되었고, 1949년 3월 14일의 관보에는 나혜석이라는 이름의 행려자가 소지품이 ‘무(無)’한 상태로 병사하였다고 기록이 있다[20]. 출생연도로 계산하였을 때 1948년이면 아직 53세인데, 실제 나이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은 파킨슨증으로 인한 거동의 불편과 남루한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혜석을 향한 당대의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었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료가 부족하여 현재 시점에서 확실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안정시떨림과 운동완만, 가면 얼굴을 짐작하게 하는 가족의 증언으로 보아 파킨슨증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파킨슨병에 대한 진단적 접근이나 약물 치료가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에 나혜석의 질환이 파킨슨병인지 파킨슨-플러스증후군(parkison-plus syndrome)인지는 감별하기 힘들고, 다만 파킨슨증이 있었음을 추측할 뿐이다.

3) 교황 요한 바오로 2세(Pope John Paul II, 1920.5.18-2005.4.2)

요한 바오로 2세의 본명은 카롤 유제프 보이티와(Karol Józef Wojtyła)로서, 폴란드에서 태어나 가톨릭 교회의 제 264대 교황(재위 1978.10.16-2005.4.2)에 오른 종교인이다. 재위 기간 동안 세계 평화와 반전을 호소하고 동유럽의 반공주의를 지원하며, 종교적으로는 온건한 태도를 유지하여 전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았다. 특히 재위 기간 중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하여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졌다.

기록에 따르면 71세이던 1991년부터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이 관찰되었다고 하며, 그가 73세가 되던 1993년에 이탈리아의 정형외과 의사인 Gianfranco Fineschi가 교황의 오른쪽 다리의 골절을 치료하다가 파킨슨병을 진단하였다[21]. 증상은 서서히 진행하여 왼손을 떨며 왼쪽 얼굴 근육이 경직되는 모습을 보였고, 무릎 관절염이 같이 있어 보행에 어려움이 있었다[22]. 80세였던 2001년에는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걸음이 느릿한 모습이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그러나 바티칸은 교황의 파킨슨병을 알리지 않다가 2003년에야 인정하였는데, 진단 자체는 비밀로 하였으나 치료에는 적극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2005년 사망할 당시까지 교황의 인지기능은 매우 좋았으나[23], 2005년 1월에 후두염과 요로 감염, 그리고 이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24]. 고령에서 발생한 편측 떨림과 운동완만이 관찰되었으며 교황이라는 직위로 인하여 풍부한 의료적 접근이 이루어졌기에, 요한 바오로 2세의 파킨슨병의 진단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겠다.

4)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 1942.1.17-2016.6.3)

무하마드 알리(이하 알리)는 1960년 로마 올림픽 권투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 챔피언으로 군림한 통산 56승의 미국 권투 선수였으며, 인권 운동가이자 자선가였다. 아직 캐시어스 클레이(Cassius Clay)였던 1964년 2월 25일에 처음으로 헤비급 챔피언이 되었고[25], 그 해 3월에 무하마드 알리로 이름을 바꾸었다. 헤비급 챔피언으로 수많은 경기를 치렀고 은퇴 후에는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며 재단 설립 등의 사회 활동을 하였다. 지금까지 위에서 언급한 어떠한 인물보다 대중에게 자주 노출되었으며, 알리 스스로도 죽기 직전까지 사람들 앞에 나서서 파킨슨병을 널리 알리는데 노력하였다.

1984년 9월부터 알리의 파킨슨병 진단이 보도되기 시작하였다[26]. 이 때 알리는 이미 말과 동작이 느려지고 떨림이 있었다. 당시에 Columbia Presbyterian Medical Center의 Stanley Fahn이라는 저명한 신경과 의사에게 ‘새로운 약물’ 처방을 받았는데, 여기서 ‘새로운 약물’이라 하는 것은 레보도파가 포함된 시네메트(Sinemet)였다[27]. 당시 최고의 인기 스포츠 중 하나였던 권투에서는 이미 1920년대부터 권투선수치매(boxer’s dementia) 혹은 펀치드렁크증후군(punch drunk syndrome), 또는 만성외상뇌병증(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이 잘 알려져 있었다[28]. 권투 외에도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선수나 군인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병으로, 타우병(tauopathy)이 주된 병리 기전이며 다발성 두부외상에서 약 30%가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9]. 처음에는 알리의 증상이 파킨슨증후군이며, 그중에서도 만성외상뇌병증의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20년 넘게 권투 선수로 활동하면서 수만번의 두부 외상을 받은 점과 진단받을 당시 알리의 나이가 42세였던 점을 고려하였을 때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임상 진단이라 보인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파킨슨병의 확진은 부검으로 이루어지는데 알리는 부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리 소견을 통한 정확한 진단은 불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리는 대중매체에 꾸준히 노출되면서 편측으로 진행하는 파킨슨증상이 동영상으로 자세하게 기록되었고, 풍부한 재정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내로라하는 의료기관에서 충분한 과학적 접근이 이루어졌다. 운동완만, 안정시떨림, 과다굳음 등의 서서히 진행하는 주요 증상(slowly progressive cardinal symptom)뿐만 아니라 환약말이떨림(pill-rolling tremor), 가면 얼굴 등을 다양한 영상 자료로 충분히 관찰할 수 있고, 이러한 증상들은 편측성(왼쪽)이었다. 진단을 받은 초기에 약물에 대한 효과가 관찰되었으며[26,27], 이후로 꾸준히 이어진 평가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또한, 여러 기록이나 인터뷰 등에서 초기부터 정신 증상이나 치매의 출현이 없었기 때문에 만성외상뇌병증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알리가 권투 선수였다는 것과 파킨슨병 사이에 완전히 관련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연구에서 약한 정도의 머리의 외상도 파킨슨병의 위험인자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30]. 또다시 결론은 부검밖에 없다고 하겠으나,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의학적 지식과 여러 가지 자료와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알리의 파킨슨병 진단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겠다.

알리는 은퇴 후 3년만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았으며, 이후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갔다. 그러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마지막 성화 주자로 나타나서 그의 파킨슨병 증상을 보여주었고(Fig. 3) [31], 1997년에는 Pheonix의 한 병원에 자신의 이름을 딴 파킨슨 센터를 만들었다[32]. 이후로도 꾸준히 파킨슨병을 위한 사회활동을 계속하였으며, 2015년 4월에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타난 것도 파킨슨병을 위한 모금 활동이었다[33].

Figure 3.

Muhammad Ali lights the Olympic Flame. Muhammad Ali holds the torch before lighting the Olympic Flame during the opening ceremony of the 1996 Olympic Games in Atlanta [31].

고 찰

역사 속 파킨슨병 기록과 여러 유명 인물들의 파킨슨병 증상에 대하여 논하면서 이들에 대한 근거를 의학적 관점으로 자세히 짚어보았다. 파킨슨병으로 생각되는 질환에 대하여 언급한 다양한 과거 문헌고찰을 통하여 현재의 파킨슨병 진단기준과 비교해 보았을 때, 파킨슨병으로 명명되기 전부터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인지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역사 속의 파킨슨병 환자들에 대하여 언급한 근거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본고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질병에 대한 인식에서 괄목할 발전이 있었다. 근대 이전에 파킨슨병이나 파킨슨증을 묘사하는 기록은 많지 않으며 운동완만과 떨림 정도의 증상을 기술하는데 그치는데, 이는 현대 의학 발전 이전 시기의 평균 수명이 짧았던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파킨슨병은 노화와 관련된 신경퇴행질환이므로, 평균 수명이 짧았던 19세기 이전의 시대에서는 발생하는 환자의 숫자도 적어서 주목을 받지 못하였을 것이다. 둘째,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무하마드 알리가 바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관리하여 발병 후에도 일상 생활과 활발한 사회 활동을 영위하였던 사실은 파킨슨병 환자에서 바른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한 것임을 시사한다. 셋째, 자세한 진찰과 의무기록의 중요성이다. 다양한 역사 속 인물들을 다루면서 의무기록의 유무에 따라 그 증상의 평가가 매우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였다. 통상적인 내과 질환보다 파킨슨병 환자가 드물고, 따라서 의사들이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신경학적 기록이 부족한 편인데, 사실은 파킨슨병이라 하였더라도 다른 병으로 진단받고 지낸 환자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다. 파킨슨병의 확진은 부검을 통한 병리검사를 통하여 가능하지만, 실제적으로 임상에서는 환자의 증상에 대한 문진과 의사의 진찰을 통하여 진단을 내리게 되며, 이상운동질환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신경과 전문의가 진찰한 경우에는 이러한 임상진단의 정확도가 80%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34]. 파킨슨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안정시떨림이나 운동완만, 자세 변화, 보행 이상과 같은 환자의 증상 그리고 환자의 생활 환경, 외상 유무, 생활 습관, 직업 등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생각하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계속 변화하는 현대 의학의 지식과 기술들을 이용하고 있지만, 의사-환자 간의 대화와 문진, 환자에 대한 자세한 진찰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끝으로, 이 글을 통하여 파킨슨병의 역사와 그 증상이 널리 알려지고 사회적으로 파킨슨병에 대한 관심이 더 증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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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 (1817). James Parkinson wrote the article at the age of 62. Six cases of patients with cardinal symptoms of Parkinson’s disease including bradykinesia, and tremor were described [35].

Figure 2.

With her paintings. Na Hyeseok is standing with her works that was submitted at the 11th exhibition of Joseon in 1932 [36].

Figure 3.

Muhammad Ali lights the Olympic Flame. Muhammad Ali holds the torch before lighting the Olympic Flame during the opening ceremony of the 1996 Olympic Games in Atlanta [31].